전원일치 탄핵 인용 사유는
헌법재판소가 박근혜 전 대통령의 탄핵을 인용한 가장 결정적인 배경은 국민주권주의를 명시한 헌법 제1조를 위배했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이번 탄핵소추안에 담긴 탄핵 사유는 크게 ▶비선조직에 의한 국정농단으로 국민주권주의와 법치주의 위반(헌법 제1조 등) ▶대통령 권한 남용(헌법 제7조 등) ▶언론의 자유 침해(헌법 제21조 제1항) ▶생명권 보호의무 위반(헌법 제10조) ▶뇌물수수 등 형사법 위반을 비롯한 법률 위배행위(헌법 제119조 제1항 등) 등이었다. 국회에서 의결된 탄핵소추안에 담긴 탄핵 사유는 13가지였지만 헌재는 이를 5가지로 요약해 심리했고 이 중 비선조직, 즉 최순실에 의한 국정농단으로 국민주권주의를 위배했다는 부분을 탄핵 인용의 결정적인 사유로 인정한 것이다. 나머지 부분은 탄핵 사유가 되지 못한다고 판단했다. 헌재는 박 전 대통령에게 보고되는 각종 서류와 인사 및 국무회의 등 국정 자료가 최순실에게 전달됐고, 최순실은 그 문건에 대해 수정하고 대통령의 일정을 조정하는 등 직무활동에 관여했다고 밝혔다. 또 공직 후보자를 추천하고 그 공직자들이 최순실의 이권 추구를 도왔다고 적시했다. 최순실의 부탁으로 특정 중소기업이 대기업에 납품할 수 있도록 박 전 대통령이 비서관을 통해 지시한 정황, 문화와 체육 관련 재단을 최순실과 주도적으로 설립한 뒤 대기업으로부터 거액의 자금을 받은 정황, 또 최순실이 추천한 인물들로 재단을 운영토록 하며 최순실이 사익을 취할 수 있도록 도운 정황 등이 모두 인정됐다. 그러나 헌재는 세월호 참사 과정에서 생명권 보호의무 위반과 관련, “국민의 생명이 위협받는 재난상황이 발생해도 피청구인이 직접 구조 활동에 참여해야 하는 등 구체적이고 특정한 행위의무까지 바로 발생한다고 보기는 어렵다”고 봤다. 헌법상 대통령으로서의 직책을 성실히 수행할 의무가 있지만 성실의 개념이 상대적이고 추상적이어서 탄핵소추를 하는 것은 어렵다는 해석이다. 또 공무원 사직 압력 등에 대한 공무원 임면권 남용 등에 대해선 문화체육관광부 간부급 공무원이 대통령의 지시로 문책성 인사를 당하고, 김기춘 전 비서실장의 지시로 1급 공무원 3명이 사직한 사실은 인정되지만 대통령의 사익 추구를 위해 인사했다고 보기에는 부족하다고 판단했다. 세계일보 사장 해임과 관련된 언론의 자유 침해 부분도 대통령이 직접 관여했다고 인정할만한 증거가 없다고 판시했다. 이정미 헌재소장 권한대행은 선고문 낭독을 마치며 “이 결정에는 세월호 참사와 관련하여 피청구인은 생명권 보호의무를 위반하지는 않았지만, 헌법상 성실한 직책수행의무 및 국가공무원법상 성실의무를 위반하였고, 다만 그러한 사유만으로는 파면 사유를 구성하기 어렵다는 재판관 김이수, 재판관 이진성의 보충의견이 있다. 또한, 이 사건 탄핵심판은 보수와 진보라는 이념의 문제가 아니라 헌법질서를 수호하는 문제로 정치적 폐습을 청산하기 위하여 파면결정을 할 수밖에 없다는 재판관 안창호의 보충의견이 있다”고 설명했다. 신동찬 기자 [email protected]